혈당이라는 낯선 숫자, 식탁의 온도를 바꾸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보내는 신호 중 하나가 식후에 찾아오는 나른한 열감과 졸음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느껴본 적 없던 이 무거운 온도가 자꾸 반복되면서, 식탁 위의 온도부터 하나씩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계란과 토마토, 올리브유로 채워진 지금의 아침 식탁은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졌습니다.
식후에 찾아오는 뜨거운 졸음
요즘 부쩍 느끼는 게 있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견딜 수 없이 졸음이 몰려온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식사 후에 설거지도 하고 씻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요즘은 밥을 먹자마자 눈이 감겨서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릴 때가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찍 잠들다 보니 새벽에 어중간하게 잠이 깨고, 그제서야 다시 씻고 자리에 눕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당연히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졌고, 낮 동안에도 몸이 무겁고 개운하지 않은 온도가 계속됐습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혹시 혈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식후에 급격히 졸음이 쏟아지는 게 혈당이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식탁의 온도를 낮추다
30대, 40대 때는 아침을 커피 한 잔에 사과 반쪽, 통밀 식빵 한 쪽으로 시작하는 게 루틴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혈당 때문에 삶은 계란 하나를 먼저 먹고 아침 식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따라 해보기로 했습니다. 계란을 먼저 먹으니 확실히 포만감이 다르고 속이 편안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빵의 비중을 줄이게 됐습니다. 지금은 아예 계란 3개에 토마토, 커피 한 잔으로 아침 식단이 바뀌었습니다.
토마토를 매일 먹게 된 데에는 프랑스에 있는 딸 집에서의 경험이 컸습니다. 전날 미리 만들어둔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곁들여 먹었더니, 생토마토만 먹었을 때와 달리 질리지 않고 계속 손이 갔습니다. 그때부터 토마토에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소금, 후추를 뿌리고 자색 양파와 직접 기른 바질을 더해 마리네이드를 만들게 됐고, 자연스럽게 평소 요리에도 올리브유를 쓰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설탕은 다이어트를 하며 끊은 지 20년 정도 됐는데, 단맛이 필요할 땐 알룰로스로 대신하면서 단맛에 대한 기준 자체가 낮아졌습니다.
가벼워진 식탁, 달라진 하루
식단을 이렇게 바꾸고 나니 의외로 요리하는 시간도 줄었습니다. 계란과 토마토 마리네이드 위주의 심플한 아침 식단이다 보니 준비하는 데 손이 덜 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덜 짜고 덜 맵게 먹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자극적인 양념을 많이 쓰지 않게 되니 가공식품에도 손이 잘 안 가게 됐습니다.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피곤함입니다. 예전만큼 식후에 몰려오는 졸음도 덜하고, 낮 동안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아직 극적인 변화라고 하긴 어렵지만, 식탁 위의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쌓여서 몸의 온도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혈당 관리가 필요하신 분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